“어릴 때 빅토리아풍 드레스를 입은 중국 도자기 인형을 모았어요.” 이제 어린 사이먼 로샤 딸의 몫이 된 이 인형을 꼭 닮은 모델이 런웨이에 등장했다. 청초한 순백의 실크, 새틴, 레이스로 풍성하게 볼륨을 쌓은 드레스가 쇼의 포문을 열었다. 뒤이어 같은 스타일의 블랙 버전과 플라워 모티프 스팽글 장식과 아이들이 손잡은 모습을 형상화한 자수를 놓은 드레스로 이어졌고, 마지막은 한층 더 화려하고 과장된 실루엣의 화이트 드레스가 장식했다. 머리에 진주 핀을 꽂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 볼을 발그레하게 물들인 모델들은 사랑스러운 도자기 인형 같았지만, 무대에는 어딘지 모르게 그로테스크한 기운이 맴돌았다. 미국의 컨트리 가수 스키터 데이비스의 우울한 자장가가 흘러나왔고 마치 피처럼 보이는 붉은 귀고리와 네크리스가 등장했는데, 여기에는 디자이너의 뒤틀린 미학이 담겨 있었다. “도자기 인형은 계단에서 떨어뜨려 금이 가거나 박살이 나곤 했죠.” 사이먼 로샤는 이렇게 이야기하며 가혹하고 공격적인 일을 하고 싶지 않지만 그것들이 흥미롭게 해석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이번 컬렉션은 한 편의 잔혹 동화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