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성이 없는 아름다움은 없다.” 알베르트 크리믈러는 실용성에 강경한 입장을 취한다. 당연한 수순으로 컬렉션은 비싸고 고급스럽지만, 입는 데 전혀 무리가 없는 옷으로 채워졌다. 1900년대 초 오스트리아의 화가 에곤 실레의 작품에 사용된 파란색과 초록색 옷을 입은 모델들이 런웨이를 오갔다. 크리믈러는 클림트와 에곤 실레를 추앙했던 여성들을 당시 세계에서 가장 지적이고 현대적인 여성이라고 정의하며, 모더니즘과 낭만주의가 공존한 그 시대의 감성을 재현했다. 옷의 실루엣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고 클림트의 상징인 색이 바랜 금박을 입힌 캥거루 가죽 코트, 지오메트릭 패턴으로 컷아웃한 레이스는 아크리스가 추구하는 고급스러움을 완성했다. 하지만 새로움이 부재한 컬렉션이라는 점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