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플랫폼 슈즈를 신은 고스 레이브 (Goth Rave) 댄서들이 흐느적거리며 춤을 추는 가운데,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펑크 정신을 재현하는 룩이 쏟아졌다. 치마 차림에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힐을 신은 남자와 뾰족하게 곧추세운 머리를 하고 복면을 쓴 여자, 혹은 도저히 성별을 분간할 수 없는 모호함이 가득했다. 지금까지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선보인 펑크 헤어, 에스닉한 헤드스카프, 커다랗게 부푼 시폰 드레스, 오래된 꽃무늬 벽지를 연상케 하는 프린트, 모헤어 니트 스웨터 등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자유, 젠더리스, 우스꽝스러운 재미를 통해 펑크 정신을 표현하려 했지만 과거의 답습일 뿐 현시대 여성들의 취향을 충족시킬 만큼 혁신적이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