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17년이다.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17년 동안 수장으로 이끌어온 버버리와 아름다운 이별을 할 시간이 왔다. 프런트로엔 그의 오랜 친구이자 팬인 케이트 모스, 나오미 캠벨, 키라 나이틀리, 알렉사 청 등 세계적인 셀러브리티가 총출동했고, ‘시간’을 테마로 UVA(United Visual Artists) 와 함께 기획해 펼친 레이저 퍼포먼스와 방대한 아카이브를 압축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성껏 재해석한 84벌의 룩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낙서하듯 무질서하게 휘갈긴 듯한 그래피티와 캔디 컬러 플로럴 프린트도 멋졌지만, 그중 가장 쿨해 보인 건 일명 ‘버버리 체크’라고 불리는 클래식한 패턴. 무지개 색과 체크를 결합한 ‘레인보 체크(Rainbow Check)’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큼직한 스웨트셔츠에 하늘하늘한 시스루 드레스를 겹쳐 입거나 파스텔 톤 메시 톱에 스포티한 점프수트를 조합한 스타일링은 또 어떤가! 무지갯빛 패치워크 망토를 두른 버버리의 뮤즈 카라 델레바인의 깜짝 피날레까지 완벽했다. “그가 매우 자랑스럽지만 한편으론 이 상황이 슬퍼요.” 시에나 밀러가 WWD와 인터뷰하며 한 이 말에 공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