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첫 번째 성공에는 다음번에 대한 기대와 압박이 따른다고 말한다. 지난 시즌 끌로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부임한 나타샤 램지 레비는 우려와 달리 두 번째 컬렉션이라는 부담감의 무게를 아주 훌륭하게 이겨냈다. 그녀는 안젤리카 휴스턴과 시시 스페이식, 이자벨 위페르처럼 1970년대에 전성기를 보낸 여배우들의 이미지를 브라운과 머스터드, 베이지와 아이보리로 대표되는 우아한 컬러에 녹여냈다. 고고학 지식을 바탕으로 섬세하게 디자인한 패턴(아까울 정도로 절제한 점은 그녀의 캐릭터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과 퍼 트리밍 스커트, 볼륨 숄더 니트 톱 그리고 부드럽게 흐르는 맥시 드레스의 클래식한 아름다움에 현대적인 메탈 디테일을 섞은 영민함에 감탄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위대한 여성 디자이너의 탄생을 두 눈으로 목도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