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트리처럼 층층이 쌓은 프릴과 레이스가 만들어낸 과장된 실루엣, 총천연색의 향연, 초대형 꽃, 도트와 체크, 레오퍼드 등의 강렬한 패턴 그리고 반짝임까지. 레이 카와쿠보의 새 컬렉션은 온갖 사랑스럽고 달콤한 것에 빠져 있는 공주의 취향을 조합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즐거움, 기쁨, 사치 범벅인 옷의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레이 카와쿠보가 쇼 노트에서 수잔 손택이 1964년에 발표한 에세이 <캠프에 관한 단상>을 언급한 것. 1950년대의 하위 문화를 추구하는 태도와 예술표현을 일컫는 은어인 '캠프'의 속성에 대해 수잔 손택은 이렇게 말했다. "캠프적 취향은 평가나 분별을 위함이 아니라 감상의 즐거움이다. 그래서 캠프는 관대하다." 의미보다 스타일에 치중하는 캠프적 속성을 지닌 패션이라니! 레이 카와쿠보는 통속적인 것을 통해 더 깊이 있고 새로운 가치에 대한 아이러니한 질문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