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년 만에 처음으로 뉴욕에서 런던으로 무대를 옮긴 조셉 폰트는 영국 왕립건축학회 건물에서 쇼를 선보였다. 포틀랜드 지역에 위치한 아르데코 양식 건축물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델포조 쇼의 키워드는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었다. 컬러 블록과 몸을 따라 유려하게 흐르는 곡선. 그리고 이는 결국 ‘로맨티시즘’이란 한 가지 무드로 귀결됐다. 모델의 얼굴만큼 커다란 코르사주가 달린 하운드투스 체크 케이프를 비롯해 안쪽이 보이게 접어 만개한 꽃의 형태로 연출한 가죽 코르셋 벨트, 네온 컬러 시퀸을 촘촘히 장식한 트라페즈 라인 드레스 등 모든 컬렉션은 명백히 ‘여성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듯했다. 단 델포조의 확고한 아이덴티티가 살짝 지겹게 느껴진 건 나만이 아닐 듯.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