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된 글램 룩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두 번째로 선보인 지방시 컬렉션은 선임자 리카르도 티시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베이식했다. 1980년대 베를린의 모습이 담긴 영상에서 영감을 받은 그녀는 풍성한 퍼와 레더 소재를 중심으로 당시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특히 빈티지 퍼 코트와 프린지가 달린 슬립 드레스를 입은 모델이 캣워크를 걸어 나왔을 때는 마치 매력적인 고전 영화의 한 장면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을 정도. 파리 패션위크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방시의 설립자인 위베르 지방시가 타계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짐작하건대 그 역시 생애 마지막이 된 클레어 웨이트 켈러의 쇼에 만족감을 표하지 않았을까? 전설이 된 이 하우스를 책임감 있게 이끌어나갈 그녀의 앞날에 격려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