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더 아커만에게 변화는 어려운 과제일까? 날렵하고 세련된 테일러링의 귀재라는 데는 한 치의 의심도 허용치 않았고, 누가 보더라도 하이더 아커만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을만큼 더할 나위 없이 안정적인 컬렉션이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흘러가는 쇼는 지루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스포티한 요소와 인공적인 색감이 신선함을 유지한 점이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독특한 컬러 매치라는 그의 특기는 카키와 올리브그린, 핑크의 조합이나 매끈한 질감의 블랙 코트와 피코크 블루 스타킹의 만남으로 발현되었다. 특히 강렬한 오렌지 컬러의 번쩍이는 수트와 테일러링 재킷 위에 패딩 아우터를 페플럼처럼 허리에 두른 스타일링이 참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