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의 바람이 거셀수록 클래식을 향한 그리움은 간절해진다. 이번 시즌 나데주 바니 시불스키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감성으로 스트리트 무드에 지친 패션 월드를 위로했다. 패턴을 자제하거나 미니멀한 디자인을 내세우고, 가끔 선명한 색으로 위트를 더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지극히 에르메스다운 수십 벌의 룩은 파리 하늘을 수놓은 별과 바닥에 얕게 깔린 조약돌의 빛을 동시에 받아 유독 반짝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코트부터 드레스와 팬츠에 이르기까지 에르메스의 룩은 멀리서 보아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고급스러웠다. 패턴부터 단추같은 부자재, 심지어 보이지 않는 스티치에 이르기까지 완벽을 추구한 디자이너의 섬세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