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앤더슨은 지난 시즌 이상으로 완벽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컬러는 한층 차분해졌고, 실루엣은 정돈되었으며 소재 역시 고급스러워졌다. 각각의 룩이 저마다 다른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로에베 특유의 우아함이라는 큰 주제를 결코 벗어나지 않았다. 완벽주의자가 아니라면 이뤄내지 못했을 섬세한 디테일이 곳곳에 숨어 있었고, 흰벽과 흰 바닥 그리고 그가 직접 고른 몇점의 예술 작품만으로 꾸민 컬렉션장의 분위기는 룩의 아름다움을 배가시켰다. 쇼가 진행되는 내내 프런트로의 관객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나단 앤더슨의 천재성에, 중심을 잃지 않는 그의 균형 감각에 감명 받아 가끔씩 감탄사를 토해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