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갈리아노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제2막을 열었다. 존재감 넘치던, 그래서 그 누구도 쉽게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마틴 마르지엘라의 빈자리를 그는 대수롭지 않게 차지했다. 퓨처리즘과 클래식의 절묘한 조화, 부드러움과 강렬함의 대비, 신소재의 무한한 미적 가능성 그리고 존 갈리아노식 실험 정신이 단 하나의 컬렉션으로 선명하게 드러났다. 수십 개에 달하는 이번 파리 패션위크의 쇼들이 대부분 안정적인 노선을 택한 데 대한 아쉬움 때문일까? 게임 효과음 같은 백그라운드 뮤직처럼 어디로 튈지 몰라 등장할 때마다 주의를 기울이게 만드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새 컬렉션은 사진에 다 담아낼 수 없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