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몬타나, 티에리 뮈글러, 이브 생 로랑 등 위대한 디자이너를 등장시키며 패션 역사의 황금기였던 1980년대를 소환한 마크 제이콥스. 한껏 부푼 어깨, 커다란 리본이 달린 벨트, 배기팬츠, 러플 네크라인 등 화려하고 과장된 실루엣의 룩을 입은 모델들이 어둠 속을 걸어 나왔다. 그리고 핀조명 아래서 워킹하는 모델들의 모습은 어딘가 비장한 분위기까지 느껴졌다. 쇼의 주제인 1980년대의 사회상은 현재 미국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과 닮아 있다. 이번 컬렉션은 재벌들의 세금 감면과 여성 생식권에 대한 위협 등 많은 것을 의미하고 있는 듯 보였다. 무엇보다 마크 제이콥스가 정치적 이슈를 런웨이에 접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그 의미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80년대의 룩이 촌스러워 보일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 신축성 있는 니트와 하이웨이스트 팬츠, 도트 무늬 블라우스 등을 적절히 조합했고 쇼가 진행되는 내내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실루엣의 룩은 천재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섹시하고 동시대적으로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