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화이트의 쇼장 앞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패션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디자이너인 동시에 셀러브리티이며, 하이엔드 스트리트 패션의 추종자들에게는 신적인 존재인 버질 아블로의 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쇼가 진행되는 실내는 쇼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고요했고, 곧 등장한 룩들은 차분했다. 힙스터에게나 어울릴 법한 옷들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컬렉션을 힘 있게 이끌어간 아이템은 정갈한 팬츠 수트와 시폰 드레스, 베이식한 코트 같은 것이었다. 발렌시아가의 몰딩 스커트를 연상시키는 브라렛과 스포티한 보디수트가 간혹 등장하기는 했으나 다른 브랜드가 선보인 스트리트 무드의 룩에 비하면 지극히 평범한 편에 속했다. 버질 아블로는 자신이 만든(적어도 일정 부분 기여한) 트렌드의 파도를 유유히 헤엄쳐 나온 것처럼 보였다. 그건 자신의 디자인에 확신이 있어야 가능한 태도다. 버질 아블로를 스타로 만든 요소가 항간에 떠도는 말처럼 인맥이나 자기 피알 능력이 아니라 고유의 감각임을 분명히 깨닫게 하는 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