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1년 전, ‘The future is female’이라는 강력한 페미니즘을 표현한 슬로건 티셔츠를 런웨이에 등장시키며 파장을 일으켰던 젊은 디자이너 프라발 구룽. 그가 얼마나 큰 사회적 이슈를 불러왔는지는 프런트로에 앉은 페미니스트이자 저널리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컬렉션 역시 페미니즘이라는 주제가 빠질 수 없었다. 그는 여성이 지도자인 중국의 모수오족과 인도의 여성 갱단 굴라비 강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붉은색 옷을 주로 입는다는 것. 때문인지 컬렉션엔 붉은색 룩이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여기에 동양의 무드를 표현하기 위해 꼬임 디테일을 더했고 광택이 있는 소재를 선택했다. #MeToo 운동의 영향으로 이루어진 골든 글로브의 블랙아웃 레드카펫이 프라발 구룽의 방법대로라면 붉은 드레스의 향연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 자체가 특별한 디자인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긴 어려워 보였으나 그의 디자인이 담고 있는 의미를 아는 이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뜻깊은 컬렉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