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패턴 메이킹과 과감한 색상 선택, 옷을 뜯어 처음부터 재조립한 듯한 해체주의적 시도와 디자이너 개인이 가진 주체적이고 당당한 태도까지. 치토세 아베는 늘 초창기의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그 둘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면 치토세 아베의 옷이 실험적이라는 하나의 단서로는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매력을 지녔다는 사실. 스트라이프 재킷에 퀼팅 디테일의 체크 재킷을 섞고, 트렌치코트에 울 소재의 롱 코트를 기막히게 조합해낸 이 쇼피스들을 보면 누구나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입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동시에 입고 싶게 만드는 힘은 실용주의자부터 실험적인 성향의 소유자에 이르기까지 사카이가 전 세계에 엄청난 마니아를 확보한 원동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