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로샤의 아이덴티티는 확고하다. 그 중심엔 ‘로맨티시즘’이 존재한다. 19세기 낭만주의 풍경화가 존 컨스터블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컬렉션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소 평범해 보이는 팬츠 수트에 볼륨감 있는 튈 드레스를 느슨하게 겹쳐 입거나 바지 중간에 리본 매듭을 더해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가 하면 클래식한 로퍼에 진주를 알알이 장식한 것. 이뿐이 아니다. 반들반들한 페이턴트 가죽 트렌치코트엔 리본, 젬스톤, 러플, 깃털 등 온갖 장식이 비대칭으로 배치돼 있다. 여기에 니트 벙어리장갑, 어깨에 툭 걸치거나 한 팔로 폭 감싸안은 나일론 백 등 섬세한 액세서리까지! 이 모든 요소가 한데 모여 또 한 편의 아름다운 드라마가 완성됐다. 다만 디자이너가 이번 컬렉션을 두고 ‘펑크’를 이야기한 데 비해 컨셉트가 직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점이 흠이라면 흠. 뭐 어떠랴. 시몬 로샤의 마니아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할 아이템이 가득한 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