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소니아 리키엘의 트레이드마크이던 곱슬머리를 한 모델들이 잇몸이 드러나도록 활짝 웃으며 무대를 활보하기 시작했다. 이는 디자이너에게 헌정하는 일종의 의식이었다. 풍성한 몽골리안 모피로 만든 모자, 코트, 부츠를 조합한 룩으로 시작해 페이턴트 트렌치코트, 지퍼를 장식한 페전트 드레스, 몸에 착 감기는 색색의 스트라이프 니트웨어, 거미줄처럼 짜인 레이스 드레스, 벨벳 수트 등이 이어졌다. 60년대 모즈룩과 90년대 그런지 무드 사이를 오가는 소니아 리키엘의 본질을 담으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이는 50년간 소니아 리키엘이 보여준 즐거움을 편집한 것이었다. “우리는 50주년을 축하하며 소니아 리키엘이 시작되었던 68혁명 당시 세대 여성들의 목소리를 내려고 했다. 나 자신이 그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고, 이는 옷으로 드러나는 창의력이다.” 소니아 리키엘의 말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