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프에 주로 쓰이는 패턴을 이토록 힙하게 활용하다니! 남성복에서 차용한 실루엣과 지극히 여성스러운 스카프 프린트, 주르륵 흐를 듯 매끈한 실크의 하모니는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1980 년대를 향한 향수를 자극할 만한 레트로풍 스카프 패턴은 블라우스와 플리츠스커트 위, 그리고 클래식한 트렌치코트와 펜슬 스커트 안감을 구석구석 장식해 우아한 매력을 더했다. 여기에 적당한 위트를 가미한 것은 오롯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야스코 후루타의 재능일 터. 모직 상의의 허리 부분을 동그랗게 잘라내 스카프 패턴 실크 블라우스를 드러내거나 가녀린 느낌의 시스루 팬츠 안에 블랙 페이턴트 가죽 사이하이 부츠를 신는가 하면 부드러운 실크 트렌치코트 위에 스트리트 무드의 비닐 코트를 겹쳐 입는 등 그 방법도 다양했다. 이뿐인가. 큼직한 새틴 백 안에 스카프 패턴 옷을 넣어 소매를 살짝 빼 의도적으로 연출하는 감각까지! 직사각형 오버사이즈 백, 마블 스톤 이어링, 에스닉한 젬스톤 네크리스 등 액세서리도 인상적이었다. 쇼 노트에 쓰인 ‘전형적(Typical)’이란 컨셉트에 이토록 아이러니하게 반(反)하다니, 재기 발랄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