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 야마모토의 이번 쇼는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절친한 동료 아제딘 알라이아를 위한 오마주였다. 야마모토와 알라이아는 풋내 나는 유행을 좇지 않고 뻔한 시장의 룰을 따르지 않은 패션의 전설이었다. 이들은 겉보기엔 분명 다른 노선을 걸었지만 검은색을 사랑하고 구조와 형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점에서 동일한 기질을 지녔다. 요지 야마모토는 아제딘 알라이아를 오마주하는 동시에 큐비즘의 대가 피카소에게서도 영감을 얻었다. 패치워크한 가죽 뷔스티에는 알라이아의 관능적인 코르셋 드레스를 떠올리게 했고, 입체적으로 조각조각 이어진 재킷과 기모노 슬리브는 단연 피카소를 상기시켰다. 컬렉션은 상실감과 존경심이 담긴 감성적인 분위기였지만, 더블 브레스티드 코트와 허리를 강조한 아워글라스 실루엣의 드레스만큼은 감정을 딛고 굳건히 선 현실적인 아이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