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티시즘과 페미닌 무드의 대명사 블루마린의 디자이너 안나 몰리나리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이유가 무엇일까? 스트리트 패션과 스포츠 룩이 만연한 트렌드의 영향을 받은 듯 블루마린 컬렉션은 기존의 부드러운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네온 컬러의 바이커 팬츠와 스포츠 브라 같은 스포티즘을 접목한 룩으로 관객을 놀라게 한 것. 모든 룩에 비비드한 컬러의 스판덱스 운동복을 매치하고 네크리스 대신 스포티한 키 링을 액세서리로 활용했다. 디스트로이드 데님 재킷이나 와일드한 애니멀 프린트의 옷도 곳곳에 등장했다. 물론 시폰 드레스와 레이스 트렌치코트, 반짝이는 플리츠 디테일로 여성스러움을 더하며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고심한 흔적이 드러났지만 너무 급작스럽게 분위기를 바꾸려 한 건 아닌가 싶은 우려가 들었다. 현재 유행하는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도 좋지만 가녀린 여신 같은 룩을 기대한 블루마린 팬들에겐 실망스러운 쇼가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