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카펫을 깔고 삼면을 대형 스크린으로 채운 공간에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죠스>의 음악이 울려 퍼졌다. 캘빈 클라인의 2019 봄·여름 컬렉션은 또 영화에서 시작됐다. 이번 시즌에는 <죠스>와 <졸업>에서 영감을 받았다. 저 정도의 재단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잘 만든 스킨스쿠버복이, 피날레엔 잘 재단한 졸업 가운을 입고 사각모를 쓴 모델들이 등장했다. 1960년대 풍 칵테일 드레스, 상어가 한 입 베어 문 듯한 느낌으로 컷아웃한 플리츠스커트와 테일러드 재킷 그리고 청키한 니트 스웨터는 당장이라도 입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여운이 오래 남는 쇼였다. 프런트로에 앉은 제이크 질렌홀이나 라프 시몬스가 애정을 기울이는 <기묘한 이야기>의 밀리 보비 브라운 혹은 에이셉 로키의 존재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라프 시몬스라는 디자이너의 힘, 그로 인해 격변을 겪고 있는 한 브랜드의 터닝 포인트를 목격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 좋은 전율을 느꼈다. 아메리칸 캐주얼을 대표하던 브랜드가 이제 하이패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