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역대급(!)으로 아름다운 컬렉션이었다. 샤넬 로고와 함께 파라솔 그림이 프린트된 인비테이션을 보며 짐작했지만 이번 시즌 파리 그랑 팔레는 독일의 청정 지역 질트섬의 환상적인 비치로 둔갑했다. 솨솨 파도 치는 소리며 끼룩거리는 갈매기 소리가 이따금 들려오는 가운데 싱그러운 미소를 띤 샤넬의 여인들이 맨발로 유유히 비치를 걸어 나왔다. 칼 라거펠트는 이번 쇼로 그간 꿈에 그리던 젯셋 룩을 원 없이 펼쳐냈다. 관전 포인트는 트위드 재킷, 카멜리아 모티프, 더블 C 로고 등 샤넬 하우스의 아이코닉한 요소를 현대적인 크루즈 룩으로 영민하게 변주해냈다는 사실! 바이커 쇼츠에 매치한 핑크색 트위드 재킷이며 로고를 ‘CHA’와 ‘NEL’로 끊어 포켓에 장식한 화이트 크롭트 셔츠 등 컬렉션에 등장한 82벌의 룩은 하나같이 여심을 올랑거리게 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이뿐인가. 두 개의 백을 토르소에 크로스로 멘 사이드 팩 백을 포함해 셔벗 컬러 로고 장식 PVC 뮬, 스테이트먼트 이어링 등 액세서리 컬렉션 역시 레전드라 할 만했다. 칼 라거펠트가 창조한 샤넬 월드가 건재하다는 사실을 쿨하게 입증한 쇼! 쇼! 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