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오브제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이어링 아래로 독창적인 스카프 패턴과 고급스럽게 직조한 니트 소재, 부드러운 실루엣, 로프를 연상시키는 디테일과 보헤미안풍 샌들 혹은 발등을 덮는 클래식한 힐이 이어졌다. 나타샤 램지 레비가 구현한 젯셋 무드는 한없이 우아했다. 간혹 트로피컬 컬러 티셔츠가 등장해 통일된 분위기를 방해한 것을 제외하면 지난 시즌과 크게 다른 점을 찾기 어려웠을 정도. 그녀를 상징하는 여유로운 룩은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그 자리에 모인 모두가 예상한 부분을 정확히 적중했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패션 하우스들마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개인의 스타성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소비자의 기대치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인물을 택한 끌로에의 결정이 옳았음을 검증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지닌 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