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기 위해 꼭 예쁠 필요는 없다. 둘의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레이카와쿠보의 유명한 말에서 명확히 드러나듯 꼼데가르송이 구현하는 미(美)는 일반 패션 브랜드에서 보여주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브랜드의 가치와 DNA를 고고하게 고수하는 것이 꼼데가르송의 정신이자 매력일 터. ‘어둠 속에서 헤매다(Fumbling around in the Dark)’ 란 심오한 테마 아래 레이 카와쿠보는 크리에이터로서 자신과 여성으로서 자신을 예술적으로 녹여내는 데 집중했다. 삶의 무게에 흐트러진 듯 머리를 질끈 묶은 모델들은 블랙과 화이트 컬러를 기반으로 기하학적 실루엣의 옷을 입고 등장했다. 곳곳에 등장한 보디수트며 꽃, 레터링 타투 프린트로 장식한 레깅스 역시 인상 깊지만, 가장 눈에 띈 것은 배 부분에 넓적하고 둥글게 부풀린 패드를 덧댄 옷. 이는 꼭 임신한 여성의 모습과 흡사했다. 레이 카와쿠보는 이번 컬렉션을 구상하면서 절망적이었다고 말했지만, 의미를 상실한 채 그저 그런 스트리트 룩을 쏟아내는 몇몇 쇼를 보면서 그녀가 오래도록 이 유서 깊은 브랜드를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