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하고 스타일리시하며 새로운 무언가에 가치를 두지 않는 쇼가 있다. 드리스 반 노튼이 대표적인 예다. 대신 그의 쇼를 찾은 관객은 섬세한 디테일과 공들여 만든 패턴, 까다롭게 고른 원단과 정교한 마감 그리고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깊이 고민한 흔적을 마주하길 바란다. 그리고 분명 한때는 우리 모두 품었을, 좋은 옷에 대한 향수를 은연중에 드러낸다. 그는 이런 기대에 실망을 안기는 법이 없다. 이번 시즌 역시 마찬가지다. 고전적인 테일러링과 드레이핑을 바탕으로 한 실루엣은 아름답고, 간혹 등장하는 패턴은 저마다 개성을 지니고 있으며 대담하게 택한 플라스틱 소재에서는 쿠튀르적인 감각마저 느껴졌다. 칵테일 드레스부터 샌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템이 등장했지만 선명한 컬러라는 통일성을 지니고 있었고, 하나같이 디자이너의 연륜에서 비롯된 내공을 느끼게 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