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마노 설비노의 스타일은 일관성 있다. 그건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지닌다는 말이다. 이번 역시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트래디셔널한 매스큘린 룩에 여성성을 불어넣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 결과 수트와 스포티 무드로 대변되는 남성적인 요소와 튈 스커트나 시폰 소재의 여성스러운 요소가 반씩 섞인 룩이 등장했다. 남성적인 셔츠에 튀튀 스커트를 매치하는가 하면 수트에 플라워 프린트를 입혀 로맨틱한 기운을 더하기도 했다. 이 중 최고는 레더 레이스 수트와 코트가 아닐까? 특히 런웨이의 모델처럼 사이하이 부츠를 매치한 스타일링은 매니시 룩에 빠져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따라 하고 싶을 듯하다. 여성의 마음을 간파한 에르마노 설비노는 자신만의 내공과 솜씨로 안정적인 쇼를 완성했다. 하지만 컬렉션을 지켜보며 좀 더 과감하고 트렌드를 반영한 파격적인 룩을 기대하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