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암바티스타 발리에게 새 컬렉션을 위한 영감을 선사한 도시는 오노 요코와 존 레넌이 세 번째 음반 <웨딩 앨범>을 준비하던 도중 명상을 위해 찾았다고 알려진 인도의 라자스탄. 발리는 인도의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길고 슬림한 실루엣과 동양적인 문양, 주술적 의미의 나자르 본주와 원석과 꽃 모티프, 호랑이 가죽 무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인도를 문명화되지 않은 나라로 설정한, 다소 오리엔탈리즘적인 그의 시각은 비난받을 위험이 있지만 어쨌든 대다수 유럽 프레스는 그가 구현한 신비로운 세계에 매혹된 듯하니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특히 실루엣을 살펴보면 지난 몇 시즌간 쿠튀르 느낌을 벗어나려 애쓴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볼 수 있는데, 쇼 후반부에 등장한 몇몇 시폰 드레스를 제외하고는 발리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무난한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