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제레미 스캇의 뮤즈는 제레미 스캇이다. 유년기에 즐겨 입던 옷, 좋아했던 캐릭터, 동경하던 모터크로스 등에서 영감을 받은 옷이 쏟아져 나왔고 그중에서 폴라로이드 셀피를 프린트한 드레스는 우스꽝스러운 동시에 천재적이었다. 그가 아무도 넘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캐릭터의 소유자임을 새삼 깨달았다. 얼마 전 공개한 H&M과 모스키노의 협업 컬렉션에서는 H&M도, 모스키노도 아닌 제레미 스캇이 보였다. 그가 애정을 기울이는 테디베어, 커다란 레터링 장식, 볼드한 골드 주얼리는 누가 봐도 그저 제레미 스캇의 그것이었다. 두 개의 다른 브랜드가 협업한 컬렉션에서도 두드러지던 정체성을 가진 디자이너가 자기 자신에게서 영감을 받아 컬렉션을 완성했다. 결과물은 불 보듯 뻔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64벌의 룩이 모두 그 자신을 대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