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70주년을 맞은 롱샴은 본거지 파리를 떠나 뉴욕에서 첫 컬렉션을 선보였다. 얼마 전 개장한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뉴욕 다운타운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던 쇼장은 뉴욕답게 현대적이었다. 자연히 모던한 컬렉션을 상상했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첫 룩을 보고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 건 히피. 아니나 다를까 1960~70년대 잇 걸 아니타 팔렌버그와 베르슈카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제야 컬렉션이 읽히기 시작했다. 베스트, 드레스, 글래디에디터 슈즈 할 것 없이 온 사방에서 보이던 프린지 장식, 짧은 스웨이드 재킷, 속옷이 훤히 비치는 레이스 스커트,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과 한쪽 귀에서 나풀거리는 깃털 귀고리. 롤링스톤스의 뮤즈로 유명한 아니타 팔렌버그의 사진이 머리를 스쳐갔다. 실용주의가 지배하는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쉬 볼 수 없는 룩을 그것도 최신식 글라스 타워 초고층 에서 보다니! 어딘가 이질적이면서도 신선했다. 잔뜩 상기된 얼굴로 뛰어나오던 롱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소피 들라퐁텐, 모든 여자를 위한 옷을 만들지 않는다는 그녀의 말과 달리 꽤 많은 여자들이 그녀의 옷을 탐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