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주의적 패턴과 아카이브에서 튀어나온 듯한 실루엣, 과감하게 조합한 소재, 위화감 없는 아이템의 믹스 매치까지. 존 갈리아노는 비로소 메종 마르지엘라의 지향점에 안착한 듯 보인다. 그러나 그가 이번 시즌 디자인 이상으로 고심한 부분은 ‘젠더리스 패션’의 갈리아노식 표현법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갈리아노는 다른 브랜드가 손쉽게 젠더리스 패션을 완성하는 방식, 이를테면 여성복의 어깨를 몇 센티미터 늘리고, 스킨헤드의 여성 모델에게 수트를 입히는 등의 방법을 따르는 대신 남성 모델에게 하이힐을 신기거나 불편한 드레스를 입히는 편을 택했다. 다부진 체격의 모델들이 스테레오타입의 여성스러움을 대표해온 옷으로 드레스업 한 모습에 전 세계 패션 팬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곧 그가 꾸준히 추구해온 미래주의의 한 부분이며, 동시에 패션이 일조해온 이분법적 성별 구분을 없앤 가장 감각적인 사례 중 하나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