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제이콥스의 컬렉션은 늘 에디터를 긴장하게 한다. 느긋한 성격의 소유자에게 정시에 시작하는 쇼는 가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쇼장에 30분 전에 도착하는데, 이번에는 마크 제이콥스의 첫 룩을 보기까지 약 두 시간이 걸렸다. 그 짧은(?) 시간에 프런트로엔 옷이 교통 체증에 갇혀 있다거나 컬렉션이 덜 완성됐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다음 쇼 혹은 런던행 비행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몇몇 사람이 쇼장을 떠나면서 웅성거림은 심해졌다. 그러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쇼가 시작됐다. 애가 타고 불안하고 배도 고팠지만 그의 컬렉션은 두 시간의 기다림을 보상해줬다. 뉴욕에서 마크 제이콥스만큼 패션 판타지를 실현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몇이나 될까? 동화 속 공주가 입을 법한 드레스, 피에로에게나 어울릴 듯한 수트, 과장된 러플, 솜사탕 같은 색, 부풀 대로 부푼 소매, 말끔하게 빗어 올린 머리와 디저트 같은 구두, ‘우비 소녀’ 차림으로 등장한 카이아 거버. 그리고 평소보다 소심해 보이던 마크 제이콥스의 인사까지 잘 만들어진 연극을 보는 기분이었다. 조금 요상했지만 그만큼 황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