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드 라 렌타 하면 떠오르는 건 단연 이브닝드레스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테일 드레스, 넓게 퍼지는 벨 라인 드레스. 말 그대로 공주님이나 입을 법한 드레스 말이다. 2년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로라 킴과 페르난도 가르시아가 이 유서 깊은 드레스 하우스에 어떤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의심한 기억이 난다. 자칫 잘못하면 기존 고객을 잃을 것이고, 하우스의 정체성을 흐렸다는 혹평에 시달릴테니까. 비가 오는 날 한 스튜디오 옥상에서 선보인 이번 시즌 컬렉션은
지극히 오스카 드 라 렌타다우면서도 오히려 오스카 드 라 렌타 같지 않았다. 모로칸 실크 랩스커트나 옵티컬 프린트 드레스는 이전 오스카 드 라 렌타 컬렉션에서 볼 수 없던 룩이니까. 하지만 골드 컬러 드레스, 한 송이 꽃 같은 노란 스트랩리스 가운은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중 에디터의 마음을 가장 설레게 한 건 블랙 오 스트리치 깃털로 장식한 드레스. 기품 있으면서도 젊은, 킴과 가르시아가 그리는 새로운 오스타 드 라 렌타의 기준점이 되길 바라게 되는 드레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