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다 긴다 하는 젊은 디자이너가 제아무리 ‘힙’을 내세운다 한들 50년째 컬렉션을 이어온 노장의 무게는 쉬 넘어설 수 없다. 랄프 로렌은 장소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뉴욕의 심장 센트럴파크의 베데스다 광장. 게스트 리스트는 장소보다 무게감이 더했다. 힐러리 클린턴, 오프라 윈프리, 스티븐 스필버그 등 랄프 로렌의 흔한(?) 친구들이 프런트로를 채웠다. 그리고 런웨이에는 랄프 로렌의 50년 역사를 농축한 1백여 벌의 룩이 쏟아져 나왔다. 벨벳 드레스, 완벽하게 재단한 턱시도, 패치워크 이브닝드레스를 내세운 랄프 로렌 컬렉션도 아름다웠지만 현시대의 다양한 가족 구성원을 모델로 내세운 폴로 랄프 로렌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디자이너 랄프 로렌, 자신이었다. 촉촉한 눈으로 피날레 워킹을 하던 그와 2백 명이 넘는 게스트들의 끊이지 않던 기립 박수. 4대 패션위크가 열리는 도시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쇼가 끝난 후 진행된 디너파티에서 랄프 로렌의 오랜 친구 오프라 윈프리는 이런 말을 했다. “랄프 로렌은 지난 50년 동안 흔들림 없이 진실된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 모두가 지금, 이 자리에 와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