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년 동안 패션계를 떠나 있던 로다테의 디자이너 듀오 케이트와 로라 뮬레비의 컴백 쇼는 역설적이게도 맨해튼 이스트 빌리지에 위치한 공동묘지에서 진행됐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저녁의 공동묘지라! 로다테답다고 생각하면서도 섬뜩했다. 그리고 공동묘지 사이를 걸어 나오는 모델들은 1980년대 공포영화에 나올 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과장된 드레스, 무거워 보일 정도로 과한 꽃 장식 그리고 새하얀 얼굴. 파티를 하다 생을 마감한 모델들이 집단으로 환생한 듯했달까? 그렇다고 컬렉션 자체가 우스꽝스럽지는 않았다. 되레 몸을 기울여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로 훌륭했다. 가죽 러플 드레스, 소매와 끝단에 구름을 달아놓은 듯한 러플 장식, 반짝이는 시퀸 후드 케이프와 손으로 야무지게 묶은 것 같은 리본 펌프 스는 미소 가 나 올 정도 로 정교했다. 도대체 2년 동안 뭘 한 걸까? 의문이 들었다. 트렌드의 영향을 단 1퍼센트도 받지 않은, 동굴 속에 갇혀 세상과 단절된 채 자신들의 정체성에 집중한 듯한 컬렉션이었다. 밤의 공동묘지와 어울리지 않게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