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토레 페라가모의 디자이너 듀오에게는 이번 시즌 피렌체에 있는 페라가모 박물관에 전시된 1만5천 켤레의 신발이 영감의 원천이 된 듯하다. 과거 페라가모가 슈즈 브랜드로 명성을 얻으며 하우스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기 시작하던 때를 상상하며 발끝부터 디자인해 나갔다. 마치 조각처럼 보이는 코르크와 나무로 만든 슈즈는 파리의 조각 미술관 아틀리에 브랑쿠시의 소장품에서 영감을 받아 무척 조형적이다. 룩 역시 한눈에 보기에도 감각적이다. 카리브해를 연상시키는 푸른 빛깔을 비롯해 에메랄드, 바이올렛, 오렌지, 카키 등 형언하기 어려운 오묘한 컬러를 실크와 새틴, 부드러운 레더 같은 고급스러운 소재로 표현해냈다. 어디 이뿐인가. 다루기 어려운 레더를 위빙해 제작한 부츠와 니트 원사를 꼬아 만든 니트 드레스는 이탈리아 하우스 브랜드의 진가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섬세해 컬렉션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