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진정한 휴식을 취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셀프포트레이트의 디자이너 한총은 2013년 브랜드 론칭 이후 처음으로 휴가를 떠났다고 했다. 그것도 스페인의 이비사로. 컬렉션의 영감을 얻기 위한 또 다른 출장이 아닌 진정한 휴식을 취한 한총은 브랜드를 한 단계 발전시켜 돌아왔다. 우선 셀프포트레이트의 베스트셀러인 레이스 칵테일 드레스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신 한 번도 만든 적 없는 수영복이 런웨이에 등장했고, 1960~70년대풍 프린트가 사용됐다. 그리고 제인 버킨에게 잘 어울릴 것 같던 롱 크로셰 드레스에서 그가 많이 성장했음을 느꼈다. 우아하면서도 시크하고, 화려하지만 매일 입고 싶을 정도로 편해 보였다. 이런 옷을 만드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이국으로 여행을 갈 때도, 컨버스 운동화와 매치해 평소에 입기에도 부담 없는 옷. 진정한 휴가를 떠나본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할 패션계 종사자들은 그의 옷을 보며 해변을, 여행을 꿈 꿨을 것이다. 에디터도 그랬다. 추운 뉴욕을 벗어나 따뜻한 나라로 떠나고 싶었다. 셀프포트레이트의 옷을 잔뜩 싸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