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침침한 조명, 진한 오키드 향, 머리부터 발끝까지 톰 포드 컬렉션으로 차려입은 셀러브리티들. 톰 포드 쇼장에 갈 때면 그곳 특유의 분위기, 그 무거움에 취하는 기분이 들곤 한다. 그리고 이날 프런트로에 앉은 톰 행크스를 봤다. 패션쇼장에서 쉬 볼 수 없는 얼굴이다. 환갑을 훌쩍 넘긴 그가 그토록 섹시해 보인 건 그가 톰 행크스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론 톰 포드의 옷을 입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날 자리에 놓인 편지에 쓰여 있듯 톰 포드가 디자 이너가 된 이유는 ‘톰 포드를 입는 사람들이 더 아름답고 섹시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됐으니까. 그리고 그 진심은 짙은 블랙, 부드러운 화이트 그리고 쳐다보기 민망할 정도로 섹시한 스킨 톤의 실크 재킷, 시스루 드레스, 코르셋과 함께 스타일링한 스커트 수트로 표현됐다. 쇼장에 흐르던 독일 드라마 <바빌론 베를린>의 음악과 ‘패션은 지금 트렌드의 홍수 속에서 갈 길을 잃은 건 아닐까’라는 톰 포드의 말이 묘하게 오버랩되던 컬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