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의 방향성과 무관하게 마니아층을 끌어당기는 디자이너가 있다. 준야 와타나베가 대표적인 예. 해체주의적 시도와 레디투웨어의 경계를 벗어난 듯한 창조적 실루엣, 그 두 요소를 지켜내면서도 잃지 않는 우아함은 옷에서 창의적인 가치를 발견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키며 박수를 이끌어낸다. 준야 와타나베 크루는 이번 시즌 컬렉션을 설명하며 “록 음악 사이에 숨은 로맨틱함을 전달하고 싶었다”는 말을 남겼다. 여러 조각으로 나뉜 뷔스티에 드레스와 찢어진 청바지, 초커와 레더 벨트를 자유분방한 방식으로(패션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패션 테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조합한 룩은 그의 시도를 가감 없이 담아냈다. 시종일관 무표정한 모델들의 얼굴과 바람에 흩날리는 튈 드레스가 만들어내는 부조화스러운 광경 역시 마찬가지. 본인이 의도한 대로 표현해내는 그의 천부적인 재능이 온전히 드러난 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