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마감과 좋은 소재,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만으로도 풍부한 감상을 느끼게 하는 브랜드가 있다. 시몬 홀러웨이가 이끄는 아뇨나가 대표적인 예다. 홀러웨이는 언제나처럼 베이지와 캐멀, 블랙, 그레이 등 차분한 색을 주조로 완성도 높은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는 10대의 자유분방함을 패션의 중요한 테마로 끌어들인 마크 제이콥스의 전설적인 쇼를 오마주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한 의도를 고급스러운 소재와 대비되는 러프한 분위기의 체크 패턴으로 표현했지만, 모든 것을 우아하게 바꿔버리는 마법 같은 재능 덕분에 그것들마저도 한없이 섬세하게 마무리되며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견고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