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디자이너로 데뷔한 지 두 시즌째인 알렉사 청의 선전은 기대 이상이다. 첫 컬렉션 이후 그저 옷 잘 입는 모델의 이미지를 탈피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쇼는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영화 <터미네이터>를 보고 ‘핵전쟁 이후 지하 벙커에 캘리포니아 걸들이 모여서 자급자족하는 생활은 어떨까?’ 하는 그녀의 엉뚱한 상상에서 시작되었다. 컨셉트에 걸맞게 쇼가 열린 장소 역시 이끼로 뒤덮인 어두운 공간으로 꾸며졌다. 쇼가 시작되고 음악이 흐르자 모델들은 1940년대에 유행한 실루엣의 룩을 입고 나타났다. 러플과 자잘한 플라워 패턴은 기름을 형상화한 벨벳, 레더 등 광택 있는 소재와 어우러졌다. 알렉사 청 쇼의 장점이자 단점은 지금 당장 매장에 걸어도 문제없을 룩으로 컬렉션을 구성한 점이다. 이 옷들은 보나마나 인기리에 팔리겠지만 상업적인 측면에 지나치게 기울어 하이패션이라 불릴 만큼 특징적인 부분이 없어 보여 아쉬웠다. 알렉사 청이 디자이너로서 입지를 단단히 다지기 위해서 꼭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남아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