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체 앤 가바나 쇼에는 유독 아시아 프레스의 참석률이 저조했다. 지난해 말 동양인 모델이 게걸스럽게 맨손으로 식사하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하며 시대착오적 레이시즘(인종차별주의)을 드러낸 사건에 대한 보이콧 차원이었다. 그러나 프런트 로 곳곳에 빈자리가 발견된 점을 제외하면 쇼는 달라진 것 없이 평탄하게 진행됐다. 돌체 앤 가바나를 상징하는 레드 카펫이 런웨이에 깔렸고, 백인 모델이 주를 이뤘으며 화려하고 과장된 스타일 역시
비슷한 톤을 유지한 것. 특히 코르사주가 달린 헤드피스나 플로럴 혹은 레오퍼드 패턴, 고전적인 네크라인의 드레스가 연이어 등장했을 때는 지난 시즌을 다시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렇듯 일관된 구성이 긍정적인 반응만을 불러온 건 아니다. 자신의 아이덴티티는 지켜냈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도 다하지 못한 지난 시즌처럼, 시대가 요구하는 미감에는 부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