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브라운 점프수트를 입은 모델이 자신감 넘치는 워킹을 시작하자 이 모습을 본 모든 사람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에밀리아 윅스테드가 걸어온 지난 행보를 되짚어볼 때 당연히 파스텔 톤의 드레스가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었기 때문이다. 쇼가 끝난 후 디자이너는 마피아를 다룬 1970 년대 영화 <대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컬렉션을 소개하며 자신에게 숨겨진 카리스마가 있었음을 고백했다. 그녀의 시선을 거쳐 견고한 테일러링과 케이프처럼 두른 어깨 디테일, 긴 장갑 등으로 완성된 강인한 여성상은 살랑이는 드레스의 부재라는 아쉬움을 잊게 할 만큼 멋졌다. 쇼의 후반부에는 영화의 배경이 된 시칠리아에서 영감 받은 듯 라임, 옐로, 루비 등 선명한 컬러의 군더더기 없는 드레스를 선보이며 변화를 꾀했다. 에밀리아 윅스테드는 이번 컬렉션으로 한 가지 장르에 한정되지 않는 다재다능한 디자이너임을 스스로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