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마노 설비노의 새 시즌 컬렉션에서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브랜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고루한 분위기를 타파하고, 스타일리시한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서 비롯된 가능성 말이다. 색감이나 패턴, 실루엣 어느 하나 인상적이지 않았던 지난 시즌과 달리 2019 F/W 컬렉션은 아름다운 룩으로
가득했다. 섬세한 레이스 드레스는 코트와 조화를 이뤘고, 언뜻 베이식해 보이는 핀스트라이프 수트는 자연스러운 와이드 실루엣 덕분에 더없이 쿨해 보였으며, 레더 소재의 보디 콘셔스 드레스 역시 독특한 형태의 코트와
어우러져 평범하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더플코트에 란제리 드레스를 매치한 룩처럼 간혹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하게 느껴지는 시도 역시 눈에 띄었지만, 브랜드의 이미지를 순식간에 반전했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만족할 만한 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