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트로는 최근 몇 시즌간 이어져온 혹평에서 말끔하게 벗어났다. 태피스트리와 자카드, 페이즐리 문양 등 하우스를 대표하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모던한 실루엣을 더해 감각적인 변화를 도모한 것. 드레스부터 케이프, 니트 톱, 재킷과 팬츠까지 브랜드 고유의 오리지널리티가 녹아 있는 쇼피스는 하나같이 멋스러웠다. 캐주얼한 아이템도 눈에 띄었는데, 와이드 팬츠에 매치한 피케 셔츠나 롱 드레스 위에 덧입은 청키한 풀오버 등이 대표적인 예. 이러한 룩들은 고급스럽고 정제된 이탈리아 감성보다는 시크한 프렌치 무드에 가까웠지만(실제로 몇몇 룩에서는 이자벨 마랑의 지난 컬렉션이 강하게 연상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소장 욕구를 느낄 만큼 만족스러운 인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