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디의 쇼는 어느 때보다 크게 주목받았다. 패션계를 슬픔으로 몰아넣은 칼 라거펠트의 서거 소식이 전해진 이후 처음 열린 쇼였기 때문. 현장 분위기가 어둡고 숙연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쇼는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 ‘Heroes’가 밝게 흘러나오는 가운데 담담하게 진행됐다. 재단부터 디테일, 전반적인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클래식하고 우아한 무드로 돌아온 쇼피스들은 최근 몇 시즌 동안 보아온 펜디의 룩 중 가장 고급스러웠고, 화사한 옐로와 따뜻한 베이지, 경쾌한 오렌지 등 다양한 색채가 풍기는 분위기 역시 희망적이었다. 모델들의 워킹이 끝난 후 잠시 칼 라거펠트가 자신과 펜디의 오랜 인연에 관해 이야기한 생전 인터뷰 영상이 공개됐다. 이제 칼 라거펠트의 펜디를 볼 수는 없지만, 그의 마지막 컬렉션은 칼 라거펠트를 전설적인 디자이너로 기억하게 하기에 충분할만큼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