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패션위크의 시작을 알린 구찌의 쇼는 귀를 막아야 할 정도로 크게 울려 퍼지는 사자의 울음소리와 눈을 찌를 듯 강하게 깜빡이는 조명 속에 시작됐다.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언제나 그렇듯 결코 평범하지 않은 테마로 쇼를 이끌어갈 거라는 기대는 적중했다.
자신을 선택적으로 드러내거나 감출 수 있는 가면이라는 오브제의 속성, 그리고 그 뒤에 숨은 다양한 개인이라는 주제를 쇼 노트를 통해 공개한 것. 미켈레는 여러 종류의 가면에 극적인 스토리를 녹여내고, 자신의 주특기인 젠더리스 디자인과 화려한 색채 그리고
액세서리를 더해 쇼를 완성했다. 지난 시즌에 비해 연극적 요소는 줄어들었지만, 정교한 패턴과 다루기 힘든 소재가 어우러진 쇼피스들은 과연 유서 깊은 하우스 브랜드답다고 고개를 끄덕일 만큼 고급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