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이자벨 마랑을 인터뷰한 적이있다. 대충 묶은 머리에 화장기라곤 찾아볼 수 없던 얼굴, 자연스러운 태닝,
계산 따위 없는 것 같지만 완벽했던 룩. 이자벨 마랑은 ‘에포트리스 시크’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녀는 이번 시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옷을 만들었어요. 컬렉션은 저, 그 자체예요”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옷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이자벨 마랑 그 자체였다. 베이지와 카키를 오가는 뉴트럴 톤의 컬러 팔레트와 강조된 어깨, 잘록한 허리, 편안한 실루엣의 팬츠, 랩 드레스와 데저트 부츠. 딱히 새로울 건 없지만 모두 갖고 싶었다. 왠지 바이어들이 안쓰러웠다. 다소 실험적이던 지난 컬렉션보다 에센셜 아이템이 가득한 이번 시즌 바잉이 훨씬 고통스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딱 한 벌만 구입해야 한다면 무얼 사야 할까? 한껏 강조한 어깨가 돋보이던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과 유연한 실루엣의 터틀넥 드레스, 롱부츠, 은반지를 잔뜩 끼고 있던 룩.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이자벨 마랑과 가장 닮은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