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와이(Kawaii)’. 일본 스트리트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 단어로 준야 와타나베의 이번 컬렉션을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모델들이 두명씩 짝을 지어 등장한 이번 쇼는 단순히 ‘귀엽다’라고 표현하기엔 다소 기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양 갈래 머리에 공포영화를 연상시킬 만큼 기괴한 메이크업을 한 소녀들은 일본 망가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을 한 채 서서히 등장했으니까. “헤어 스타일리스트 기요코 오도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사야마 프렌치의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다양한 플로럴 프린트를 패치워크한 플리츠 원피스에 바이커 재킷, 진을 매치하거나 옷감을 이리저리 해체하고 재조합한 듯한 블레이저, 트렌치코트에 메탈릭한 웨스턴 부츠를 신은 모델들은 준야 와타나베 특유의 펑크 룩을 감각적으로 드러내기 충분했다. UCLA 스웨트셔츠, 페어아일 스웨터 등 클래식한 아이템을 그만의 방식으로 아이러니하게 스타일링한 것 역시 재미있었다. 쇼를 보며 ‘아름답기 위해 꼭 예뻐야 할 필요는 없다’던 레이 카와쿠보의 유명한 말이 떠오른 건 나만이 아닐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