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하지만 자유롭고, 미완성된
것 같지만 완벽한 데일리 룩을
구상하고자 했다는 디자이너 듀오의
의도는 적중했다. 뉴트럴 컬러와
유연한 텍스처를 기반으로 건축적인
실루엣을 구현해낸 룩들은 하나같이
강한 존재감을 발휘했으니까. 자칫
평범해 보일 법한 트렌치코트는 양쪽을
비대칭으로 연출해 독특한 분위기를
더했고, 빅토리아 시대의 봉긋하게
부풀린 어깨선(‘팝콘 퍼프’로 명명한)
과 하이넥으로 포인트를 준 코트,
1970년대 식의 가늘고 긴 칼라를 단
셔츠 등 과거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아이템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코발트블루, 적갈색 등 벨기에
화가 폴 델보(Paul Delvaux)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컬러 팔레트 역시
르메르 특유의 나른한 분위기에 힘을
실어주기에 충분했다. 지극히 일상적인
요소들을 감각적으로 변주해내는
디자이너 듀오의 능력을 다시금 확인한
컬렉션이었다.